2010년 03월 22일
한 자락을 닫으며
진즉에 생각했었던 거지만, 좀 정리가 필요하다는 결심은 필요했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커가는 내 아이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녀석은 저렇게 쑥쑥 커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나는 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늙어가는 걸까. 불현듯 내가 어릴 적 혼자 놀다가 지쳐서 심심할 때면 우리 어머니가 사진을 모아두던 직사각통 모양의 철제 약통을 꺼내서 옛날 어머니 아버지 젊었을 때 사진을 꺼내보던 생각이 들었다. 그 때 당신들의 모습은 나와 그리 다를 바 없었는데 지금 그 분들은 벌써 일흔을 바라보고 계신다.
날짜 계산을 하는 건 애인이랑 만난 지 백일되었을 때라든가 헤어진 애인을 못잊어서 '천일동안'을 그리워할 때라든지, 혹은 제대일을 꼽을 때라든가 하는 기억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지리 궁상 맞게도 오늘이 일만천구백구십팔일(11,998일)째 살고 있다. 이틀만 더 살면 "정말로 내일 모레"면 내가 살아온 날도 일만이천일(12,000일)이다. 앞으로 이만일을 살지, 삼만일을 살지(솔직히 삼만일은 자신이 없다. 여든두살을 넘길 수 있을까) 모르지만 짧고 굵게 산다는 가정 하에 인생에 대한 중간 정산 이쯤에서 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딘가에 눌러 앉아 있으면 처음엔 새롭지만 이내 적응되고 새롭다는 걸 느끼질 못한다. 가끔씩 해외에 나가면서 느끼지만, 변해가는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다. 그 흐름에 타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만 그 선택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다. 특히나 한 살 두 살 더 먹다 보면 얽매여가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여자 후배가 미혼에다가 나이 서른에 잘 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그의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을 때 쿨한 그의 부모님께서는 "그래, 여기서 너무 오래살았쟎니. 잘가렴"이라 하셨다고. 그래도 그 녀석은 얽매일 것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가능했겠지.
돌이켜 보면 나도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nomad였다. 근데 이건 뭐람. 생각에 창의력을 꿈꿀 자유도, 문득 뭔가 그리울 때 행동할 자유도, 소위 말해 '뻘짓'할 일도 강압당하는 아닐까. 아니 내가 스스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억누르는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도 해보고 여러 현인들의 글을 보건데 인간이 변하는 방법 3가지는 확실히 맞는 게 시간 배분을 바꾸든, 사는 장소를 바꾸든, 교류하는 사람을 바꾸든 하는 것이었다. 뭐 가장 무의미한 게 저 위에서 했던 '결심'이라는 데 어쨌거나 변하는 세 가지를 하려면 결심을 해야 하니 일단 논외. 저 셋 중 하나나 둘을 택하거나(OR) 저 셋을 모두 택하거나(AND) 하는 건데 직장인 입장에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시간 배분을 바꾸는 것도 어렵고 이사간다고 뭐가 특별히 바뀌는 것도 아니므로(걸어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2시간 걸리는 동네로 이사간다면 좀 달라지려나) 완전히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 바뀌는 건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럼 난 뭘 택했는가?
난 온라인의 인생을 바꾸기로 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달리 저 셋을 변화시키기가 가장 수월하므로. 그리고 개인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더이상 큰 힘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12,000일 앞으로 얼마나 살아갈지 모르는 유한한 시간, 그리고 그나마도 활동적일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더 작다는 걸 감안한다면 '무얼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글루스에서의 마지막 글. 이젠 안녕.
2001.10-2010.3
날짜 계산을 하는 건 애인이랑 만난 지 백일되었을 때라든가 헤어진 애인을 못잊어서 '천일동안'을 그리워할 때라든지, 혹은 제대일을 꼽을 때라든가 하는 기억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지지리 궁상 맞게도 오늘이 일만천구백구십팔일(11,998일)째 살고 있다. 이틀만 더 살면 "정말로 내일 모레"면 내가 살아온 날도 일만이천일(12,000일)이다. 앞으로 이만일을 살지, 삼만일을 살지(솔직히 삼만일은 자신이 없다. 여든두살을 넘길 수 있을까) 모르지만 짧고 굵게 산다는 가정 하에 인생에 대한 중간 정산 이쯤에서 해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어딘가에 눌러 앉아 있으면 처음엔 새롭지만 이내 적응되고 새롭다는 걸 느끼질 못한다. 가끔씩 해외에 나가면서 느끼지만, 변해가는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다. 그 흐름에 타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개인의 선택일 뿐이지만 그 선택을 위해 희생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다. 특히나 한 살 두 살 더 먹다 보면 얽매여가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여자 후배가 미혼에다가 나이 서른에 잘 나가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그의 부모님에게 이야기했을 때 쿨한 그의 부모님께서는 "그래, 여기서 너무 오래살았쟎니. 잘가렴"이라 하셨다고. 그래도 그 녀석은 얽매일 것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기에 가능했겠지.
돌이켜 보면 나도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nomad였다. 근데 이건 뭐람. 생각에 창의력을 꿈꿀 자유도, 문득 뭔가 그리울 때 행동할 자유도, 소위 말해 '뻘짓'할 일도 강압당하는 아닐까. 아니 내가 스스로 그래서는 안된다고 억누르는 건 아닐까.
곰곰이 생각도 해보고 여러 현인들의 글을 보건데 인간이 변하는 방법 3가지는 확실히 맞는 게 시간 배분을 바꾸든, 사는 장소를 바꾸든, 교류하는 사람을 바꾸든 하는 것이었다. 뭐 가장 무의미한 게 저 위에서 했던 '결심'이라는 데 어쨌거나 변하는 세 가지를 하려면 결심을 해야 하니 일단 논외. 저 셋 중 하나나 둘을 택하거나(OR) 저 셋을 모두 택하거나(AND) 하는 건데 직장인 입장에서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시간 배분을 바꾸는 것도 어렵고 이사간다고 뭐가 특별히 바뀌는 것도 아니므로(걸어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2시간 걸리는 동네로 이사간다면 좀 달라지려나) 완전히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인간이 바뀌는 건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럼 난 뭘 택했는가?
난 온라인의 인생을 바꾸기로 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 달리 저 셋을 변화시키기가 가장 수월하므로. 그리고 개인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영역에 대해서는 더이상 큰 힘을 들이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은 12,000일 앞으로 얼마나 살아갈지 모르는 유한한 시간, 그리고 그나마도 활동적일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더 작다는 걸 감안한다면 '무얼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게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글루스에서의 마지막 글. 이젠 안녕.
2001.1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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