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9월 21일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은 뭘하면서 살아야 할까?
인류가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 차 한 대 값이었던 컴퓨터들이 TV보다 값싼 기계가 되면서 정말 시쳇말로 '개나 소나 다하는' 컴퓨터가 되었다. 그랬다. 나같은 컴퓨터공학도를 비롯하여, 자연과학 전산학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만큼 밥그릇은 없어진지 오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건 아주 간단하다. 그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직업 간의 경계, 현실 세계의 공간을 사이버세계라는 공간으로 이동시킨 인터넷의 발전 그리고 그 속에서 도태되는 부류인 컴퓨터공학이나 전산과학 전공자 중의 응용프로그램 작성자들이 어찌보면 그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컴퓨터를 시작하던 시절은 그나마 목에 힘을 주며 전산학도만이 할 수 있는 컴퓨터에 경외를 가졌다. 집집마다 컴퓨터는 없었던 시절이고, 그나마 컴퓨터 한 대 가격은 왠만한 차 한 대 가격이요, 좀 좋은 퍼스널 컴퓨터를 구입하려면 대졸 회사원 반년치 월급은 꼬박 들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엄청나게 많이 먹은, 지금은 후학을 가리키며 지내는 나이인가? 천만에. 20대 후반의 컴퓨터공학도.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논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참으로 요상하게도 약간의 앙탈(?)과 비꼬임, 그리고 내 영역(말하자면 우리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의 영역)이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앗아가서 자신의 영역과 결합시키는 일이 생겨나는 데에 대한 투정이기까지도 하다.
내 아는 사람들 중 의사가 한 명 있었다. 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고 아는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에 그 사람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컴퓨터로 주로 하는 일들이 디카로 사진을 찍거나 스캐닝을 하고 좀더 확장하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정도의,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컴퓨팅 사용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그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던 오픈 소스 브라우저의 새로운 버전을 받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설치하려고 웹 사이트에 접속한 사이 놀랍게도 그 사람의 아이디가 거기에 나타난 걸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놓고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다가 오픈 소스 브라우저를 사용하며 자신만의 팁을 거기에 포스팅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게 뭐가 지금의 나처럼 짜증섞인 말처럼 토로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사실 내가 짜증났던 건 영화 '3몬스터'에서 영화감독(이병헌)집에 침입한 괴한인 임원희가 감독에게 화가 났던 ‘유능하고 부자이며 착하기까지 한' 것이 밉다는 데에 있다.
푸하하.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을까? 임원희가 영화에서 이야기하길, '아니, 감독님은 똑똑하기까지 하시고, 게다가 돈도 이렇게 많으신데, 거기다가 착하기까지 하시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란 말이어유~' 하는 게 공감이 가는 대목까지 이르른다는 데에 있다.
좀 웃긴 이야길 하나 하자면 그 의사 선생의 철밥 그릇은 도저히 깨질 생각을 안하고 있고, 내가 그 영역에 침범할 여지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의학을 전공해서 의사 고시를 보지 않는 이상 안되는 데 반해(그러기엔 십수년이 걸리니...) 의사 선생이 내 영역에 들어오는 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그걸 임원희 말투로 표현하자면, '아니, 의사 선생님은 똑똑하기까지 하시고, 게다가 돈도 이렇게 많으신데, 거기다가 컴퓨터까지 하시면 우리 같은 컴퓨터공학도나 전산학 전공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들, 웹 프로그래머들은 어떻게 살란 말이어유~' 라는 거다.
사실 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나 웹 프로그래머는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살 수 있는 여지는 있어왔다. 그러나 2004년 현재. 난 이미 일반인의 영역으로 넘어간 컴퓨팅의 수많은 분야에서 도피해서 다른 곳으로 와 있다. 비전공자들이 십년은 공부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 곳으로. ^^
난 반감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컴퓨터공학도나 전산학도가 어디로 가야할지, 그리고 그러므로 인해 도태되는 수많은 공학도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부터 시작해서, 좀더 깊숙히 도피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도 오히려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더 악화되는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점이다.
수많은 전산학도와 컴퓨터공학도는 알고리즘을 배우고 디지털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해 피터지게 머리 속에 밀어넣는다. 며칠밤을 새는 코딩의 악몽, 수식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우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우리 앞엔 토익이 기다리고 있고 게다가 회사들은 실무 경력까지 요구한다. 학부 3학년들이 이야기하길 '우린 의대만큼 공부하는 거 같은데 졸업하면 너무 차이나는 것 같아' 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작스레 공대에 대한 한탄으로 가는 경향이 좀 있어 보이지만 난 이해한다. 그들의 마음을. 그리고 3몬스터의 임원희가 갖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지배계층에 대한 반발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한편으로는, 결국 상대적인 지배계층에 들어가 있음에 그 어떤 말도 쉽사리 꺼내지 못한다. 그런 말을 꺼낼때면 우린 다시금 우리보다 더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의 볼멘 소리를 접해야 한다. '너는 말이라도 하지...' 라는.
임원희가 강혜정의 손가락을 극중에서 자를 때, 이병헌은 제발 아내가 피아니스트이니 손가락만은 자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임원희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피아노 치는 냥반을 손가락을 짤리야 의미가 있지 발가락을 짤르므는 그게 뭔, 옘병 지랄이여...'
난 그 사람의 뭘 짤라야 할까? ^^
엽기호러변태적인 생각이 드는 어느 날 아침.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내는가. 건 아주 간단하다. 그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직업 간의 경계, 현실 세계의 공간을 사이버세계라는 공간으로 이동시킨 인터넷의 발전 그리고 그 속에서 도태되는 부류인 컴퓨터공학이나 전산과학 전공자 중의 응용프로그램 작성자들이 어찌보면 그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컴퓨터를 시작하던 시절은 그나마 목에 힘을 주며 전산학도만이 할 수 있는 컴퓨터에 경외를 가졌다. 집집마다 컴퓨터는 없었던 시절이고, 그나마 컴퓨터 한 대 가격은 왠만한 차 한 대 가격이요, 좀 좋은 퍼스널 컴퓨터를 구입하려면 대졸 회사원 반년치 월급은 꼬박 들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엄청나게 많이 먹은, 지금은 후학을 가리키며 지내는 나이인가? 천만에. 20대 후반의 컴퓨터공학도.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논하고 있다.
사실 이렇게 말을 꺼내게 된 이유는 참으로 요상하게도 약간의 앙탈(?)과 비꼬임, 그리고 내 영역(말하자면 우리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의 영역)이었던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앗아가서 자신의 영역과 결합시키는 일이 생겨나는 데에 대한 투정이기까지도 하다.
내 아는 사람들 중 의사가 한 명 있었다. 이 사람을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고 아는 사람과 아주 가까운 사람이기에 그 사람을 간접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컴퓨터로 주로 하는 일들이 디카로 사진을 찍거나 스캐닝을 하고 좀더 확장하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정도의,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컴퓨팅 사용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그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던 오픈 소스 브라우저의 새로운 버전을 받아 테스트를 하기 위해 설치하려고 웹 사이트에 접속한 사이 놀랍게도 그 사람의 아이디가 거기에 나타난 걸 보게 되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놓고 온라인 상담을 하고 있었고, 거기에다가 오픈 소스 브라우저를 사용하며 자신만의 팁을 거기에 포스팅하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게 뭐가 지금의 나처럼 짜증섞인 말처럼 토로하는 이유가 된다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사실 내가 짜증났던 건 영화 '3몬스터'에서 영화감독(이병헌)집에 침입한 괴한인 임원희가 감독에게 화가 났던 ‘유능하고 부자이며 착하기까지 한' 것이 밉다는 데에 있다.
푸하하.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을까? 임원희가 영화에서 이야기하길, '아니, 감독님은 똑똑하기까지 하시고, 게다가 돈도 이렇게 많으신데, 거기다가 착하기까지 하시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란 말이어유~' 하는 게 공감이 가는 대목까지 이르른다는 데에 있다.
좀 웃긴 이야길 하나 하자면 그 의사 선생의 철밥 그릇은 도저히 깨질 생각을 안하고 있고, 내가 그 영역에 침범할 여지가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의학을 전공해서 의사 고시를 보지 않는 이상 안되는 데 반해(그러기엔 십수년이 걸리니...) 의사 선생이 내 영역에 들어오는 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그걸 임원희 말투로 표현하자면, '아니, 의사 선생님은 똑똑하기까지 하시고, 게다가 돈도 이렇게 많으신데, 거기다가 컴퓨터까지 하시면 우리 같은 컴퓨터공학도나 전산학 전공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들, 웹 프로그래머들은 어떻게 살란 말이어유~' 라는 거다.
사실 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머나 웹 프로그래머는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살 수 있는 여지는 있어왔다. 그러나 2004년 현재. 난 이미 일반인의 영역으로 넘어간 컴퓨팅의 수많은 분야에서 도피해서 다른 곳으로 와 있다. 비전공자들이 십년은 공부해야만 진입할 수 있는 곳으로. ^^
난 반감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컴퓨터공학도나 전산학도가 어디로 가야할지, 그리고 그러므로 인해 도태되는 수많은 공학도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부터 시작해서, 좀더 깊숙히 도피해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도 오히려 나아지기는 커녕 점점더 악화되는 생활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점이다.
수많은 전산학도와 컴퓨터공학도는 알고리즘을 배우고 디지털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해 피터지게 머리 속에 밀어넣는다. 며칠밤을 새는 코딩의 악몽, 수식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어느 누구도 우리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우리 앞엔 토익이 기다리고 있고 게다가 회사들은 실무 경력까지 요구한다. 학부 3학년들이 이야기하길 '우린 의대만큼 공부하는 거 같은데 졸업하면 너무 차이나는 것 같아' 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갑작스레 공대에 대한 한탄으로 가는 경향이 좀 있어 보이지만 난 이해한다. 그들의 마음을. 그리고 3몬스터의 임원희가 갖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지배계층에 대한 반발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한편으로는, 결국 상대적인 지배계층에 들어가 있음에 그 어떤 말도 쉽사리 꺼내지 못한다. 그런 말을 꺼낼때면 우린 다시금 우리보다 더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의 볼멘 소리를 접해야 한다. '너는 말이라도 하지...' 라는.
임원희가 강혜정의 손가락을 극중에서 자를 때, 이병헌은 제발 아내가 피아니스트이니 손가락만은 자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자 임원희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피아노 치는 냥반을 손가락을 짤리야 의미가 있지 발가락을 짤르므는 그게 뭔, 옘병 지랄이여...'
난 그 사람의 뭘 짤라야 할까? ^^
엽기호러변태적인 생각이 드는 어느 날 아침.
# by | 2004/09/21 08:41 | '이 바닥' 이야기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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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1m 발 앞만 보일뿐.. 이 길이 초원으로 연결된 길인지
낭떠러지로 연결된 길인지, 답답할 따름입니다만.
죽지 못해 살 듯.. 벗어나지 못해 이 길을 걷고 있는 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