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과 리추얼

Scene #1

오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내게 무우와 오징어 몇 조각을 넣어서 국을 끓여 놓으시고는 저녁에 밥을 챙겨먹으라 내게 이야기를 하시고는 외출하셨다. 누나 둘이 학교가 끝나고 돌아오기 전 난 그 국에 들어있는 오징어 몇 조각이 너무나 먹고 싶고 누나들이 오면 내 차지가 될 수 없을 것만 같아 난 오징어만 쏙 건져먹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누나들이 돌아오고 큰 누나가 국을 데우고 밥을 차렸을 무렵, 큰 누나는 국에 오징어가 들어간 거 같은데 어째 오징어가 보이지 않는다며 나를 째려본다. 나는 죽어도 오징어는 없었노라고 이야기하며 손사레를 쳤다.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삼남매가 지냈던 그 함께 보내던 시절이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던 때가 되면 문득문득 떠오른다.

Scene #2

아들 녀석은 집안에서 혼자 자란다. 족발이 먹고 싶단다. 중간 크기 하나를 시켜도 세 식구가 다 먹지 못하는데 어쨌든 먹고 싶다니 시키고 남으면 결국 냉장고 행이겠지만 저녁거리로 먹기 시작한다. 뼈에 붙은 살을 발라 먹기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살코기부터 먹도록 하기 위해 내가 먼저 뼈부터 먹는다. 아는지 모르는지 이 녀석 내게 '친절하게도' 뼈부터 준다. 아마도 이 녀석은 내가 뼈를 좋아해서 그러는지 알게다. 하지만 다섯 살짜리가 먹어봐야 얼마되지도 않지만 맛있게 먹어주면 다행이겠지만 몇 조각 먹더니 이내 딴 짓이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지만 집안에서 '경쟁자'가 없는 녀석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으르고 달래고 혼내도 별 도리는 없다.

Scene #3

어릴 적 양말에 구멍이 났다고 그냥 버리는 적은 없었다. 기워서 신는 건 기본이었다. 난 그게 너무 싫었다. 생각해 보면 옛날 섬유의 질이 안좋긴 했었지만 요즘 양말은 몇 년을 신어도 구멍이 잘 안난다. 얼마전 아들의 오년 인생에서 삼년을 함께 한 양말에 드디어 구멍이 났다. 기워줄까 하다가 마트에서 기껏해야 천 얼마 하는 걸 기워 신는 게 구차하기도 해서 다음 번에 다시 사주겠노라고 했다. 자꾸 그 때 우리 어머니가 양말을 기워줄 때가 생각나서 일까. 양말을 버리기가 너무 아깝다.
 
Scene #4

옷에서 단추가 떨어지거나 찟어지거나 혹은 아주 심한 정도가 아니면 나는 항상 내가 혼자 달곤 하거나 직접 수선을 한다. 아들 옷도 예외는 아닌데 어제 아들 옷에서 단추가 떨어져서 달아주다가 옛날에 어머니가 단추를 달아주던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철제로 된 동그란 미제 쿠키통에 단추를 잔뜩 모아두시곤 했었는데 나도 결혼한 이후로도 굴러 다니는 단추가 보이면 다 모아두었다가 단추가 떨어지면 비슷한 단추를 찾아서 달아주곤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씨가 이야기하길 습관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반복되는 행동패턴이라고 하면 리추얼은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고 한다. 단추를 모아서 달아주던 어머니를 떠올리듯 내 아들도 나중에 내 나이쯤 되서 자신의 아이가 생겼을 때 단추를 달아주는 아버지로 나를 기억할까.

by KoKIDS | 2009/11/02 13:20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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