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또다른 도전을 위해

스물 일곱, 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아주 매력적인 나이지….
그녀도 늙는다. 늙기 전에… 20대여 영원하라.


스물 일곱. 아직 스물 일곱이 되려면 두 살이나 남았습니다. 물론 스물 여섯이 이제 한달하고도 열두밤 밖에 남지 않은, 좀더 속된 표현으로 '꺾어진 스물'이 되어갑니다.

많이 익숙한 카피죠. '엔프라니'라는 화장품 광고에서 신애라는 여성이 클로즈업되면서 굵직한 남자 성우의 목소리가 나오죠. 너무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아주 매력적인 나이라면서.


신애. 스무살 수원과학전문대 연영과 1학년 학생.

전 이 광고를 보며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마침 광고를 보던 시기가 제게는 나름대로 복잡한 시기였기 때문일까요.

......

전 이번에 이직을 합니다. 명목상 올 겨울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좀더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위험 부담을 안고 뛰어듭니다. 이런 결정은 벌써 수달전부터 고민해온 터였고 어서 빨리 결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말이죠.

11월 1일 늦은 밤. 운전 면허를 따려고 양재에 위치한 학원에서 열심히 운전하던 근우와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쁜 명기, 그리고 제가 보기엔 좀 한가한 창우(창우여, 너도 나름대로 바쁜 건 안다. --;) 이렇게 셋이서 영통에서 자주 가는 지오(GIO)라는 바에서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사진없어졌음)
왼쪽부터 근우, 명기, 창우.

그들에게 제 이직과 관련해서 조언을 얻었습니다. 전 귀가 얇은 편이지만 우발적인 행동도 불사하는 생각보다 골때리는(?) 인간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 어쨌든 제가 가진 세 가지의 선택-잔류냐, A로의 이전이냐, B로의 이전이냐-중 어느 것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해서 였습니다.

새로운 일과 현재 일의 연장선. 그리고 현실에 대한 만족. 이 세 가지는 참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일겁니다. 새로운 일을 한다는 건 그만큼의 고통과 슬픔, 때로는 비참함 무엇보다도 위험도가 매우 큽니다.

현실에 대한 만족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지만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이상 현실적 조건에 대한 안전함을 제외하고는 제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일에 대한 연장선은 위험도는 현저히 적지만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것에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비유가 적절할까요. 농구 선수가 골프를 하겠다고 나가는 것-마치 조던처럼-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고, 축구 선수가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며 새로 축구팀을 창단하는 학교의 감독으로 가는 것이 현재 일에 대한 연장선이며, 방출되든 계약 기간이 만료되든 그 때까지 축구 선수를 하는 것이 현실에 대한 만족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전 '골프'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주변 모두들-심지어 제가 조언을 구했던 창우, 명기, 근우 조차-은 제가 '골프'를 하겠다고 나서는 걸 반대했습니다. 이해합니다. 저도 그것이 타당한 결정이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 '우발적 사고'일지, '정(情)의 미학(美學)'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고집 센 멋모르는 청년의 (좋게 말하면) '뚝심'이었는지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습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결국 전 제가 모르는 사이에 제 자신에 대한 가학을 즐기고 있었던 겁니다. 안정된 것을 추구하기 위해 더 쉬운, 그리고 더 간단한 일이 있음에도 가시밭 길을 걸어 가려고 하는 겁니다.

얼마나 미련합니까!

그런 제 자신에게 전 요즘 스타우트(stout) 광고 카피가 마음을 저리게 만듭니다.

나는 네가 두렵지 않으니 네가 얼마나 강한지 내게 보여라.
덤벼라, 세상아!


일종의 '자기만족'인 셈이겠지요.

그래서 전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납니다. 청년의 '뚝심'과 그들에 대한 '정에 기반한 의리'와 제 미래의 '안정'을 위해. 그것도 아주 어려운 길만 골라서 말이죠. =)

by KoKIDS | 2001/11/18 15:47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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