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공백

그동안 바빴습니다. 아니, 사실 바쁘다는 핑계였습니다.

역시나 게으름 때문이었을까요. 나름대로 생각했던 것들이 쉽게 진행되지는 못했습니다. 회사 일도 그랬고 개인적으로 생애 두번째 범법자 신세까지 지게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사촌형이 얼마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촌형의 죽음 소식은 사실 그다지 큰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제 사촌형은 우리 아버지보다 3살이나 더 많으신 분이셨고 급사이긴 하지만 고혈압으로 쓰러지셨을때 어느 정도 직감은 했던 것이었으니까요.

삶은 그 사람에게 큰 의미입니다. 입관하던 날, 삼베로 쌓여진 시신을 보며 싸늘하게 식어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고인의 형체에서 살아 생전의 활기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흙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회귀만이 머리 속을 휘감을 뿐입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신문에 매일 실리는 운세란을 꼭 봅니다. 삶에 대한 집착이랄까요. 아니 사실 그보다는 아무 것도 내가 살아있는 사람에게 남겨놓은 것이 없는데 갑작스레 이 세상과 이별하는 게 싫기 때문입니다.

출근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스키장에 가서도 죽음에 대해 생각합니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역시 가장 좋은 건 평온한 날 밤, 잠자리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

어쨌든 세상은 돌아갑니다. 내가 죽든 타인이 죽든 세상은 삐걱대며 돌아갑니다. 날 위해 슬퍼해줄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 그다지 슬픈 일은 아니더군요. 그보다 내가 후회없이 살았음을 누군가가 알아준다면 내 장례식 때 박장대소를 해도 나는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by KoKIDS | 2001/12/10 15:59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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