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에게 커리어패스에 대해 묻기

"저... 제가 얼마 전에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요. 한 일년 쯤. 나름대로 제 분야에서 자신있다고 생각했었고 옮기고 난 쪽에서 제 분야와 접목을 시키려고 하는데 조직이 잘 받아주질 않네요. 아무래도 집짓고 땅 파고 길 만들고... 큰 구조물 짓는 분야 쪽에서는  IT가 일부분일테니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흠... 직장을 옮기시는 게 좋겠어요. 뜻도 그러하시다면야..."

헤드헌터에겐 당신이 '상품'이다. 나무에 달려 있는 과일 정도? 잘 가꾸어져 있거나 잘 가꿔져 있지 않으면 좀더 가꿔지도록 다듬고 약간의 양분을 준 후 다른 회사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매매상이다. 그리고 중계 수수료를 먹는. 커리어패스를 깊이 고민해주고 상담해주는 데엔 별로 관심이 없다. 옮기고 싶어하면 스펙이 적당한지 봐줄 것이고, 그 스펙대로 맞는 회사에 연결해준 후 적절한 수수료만 먹으면 땡이니까.

커리어패스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법. 헤드헌터에게 커리어패스를 상담하느니 가까운 친구와 술이나 한 잔 먹으면서 되도 않는 인생 고민이나 나누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물론 친구가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지만 적어도 술사라는 소리는 해도 수수료 내라는 이야기는 안하니까.

by KoKIDS | 2009/10/13 11:04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지난 날들 되돌아 보기

2008년 9월 29일. 연애의 목적. 1년 전 밤, 케이블 OCN에서는 '연애의 목적'을 또 해주고 있었다. 사실, 난 이 당시 오래간만에 연락이 되었던 '이 선생님'과 메신저 정도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긴 한데 '연애'를 하는 건 아니었다. 근 십이년 만에 만난 친구 정도랄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나이가 들어 서로의 생활과 가정 그 모든 것은 친구라는 만남을 그닥 반갑게 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일년이 지난 다음에야 이야기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대화의 물꼬는 주변의 반갑지 않은 원치않는 시선 덕분에 이제는 영영 친구로서도 남지 않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2007년 9월 29일. 이틀 후면 또 휴일이라고 한 걸 보니 추석이 끝나고 주말이었던 것 같다. 한창 가을로 접어들면서 심경의 변화가 심했던 즈음, 아마 이 때부터 틀 안에서의 '나'에 대한 고민이 커졌지 않나 싶다. 그렇게 그 해 10월 초가 되자 포털에서 뉴스 기사를 보는 거라든가, 메신저로 대화를 한다거나, 취해서 문자를 보내는 걸 끊어야 한다는 다짐을 했던 걸 보면 말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저 세 가지 끊어야 한다고 했던 걸 돌이켜 보건데 포털에서 뉴스 기사 보는 건 직업 상 끊을 수가 없고, 메신저로 대화하는 건 회사 방침 상 거의 안하는 일이며, 취해서 문자 보내는 일은 이젠 없다.

2006년 9월 29일. 내겐 처절했던 2006년. 블로그엔 2006년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일을 하느라 녹초가 되어 있었고, 내 주변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간을 갖자고 했다. 아마 그해 9월 29일은 금요일이었으니 일주일 내내 대전에서 우울한 독수공방의 나날을 보내다가 주말이 되자 집으로 가기 위해 차를 몰고 막히는 고속도로를 올라오고 있었을 듯 싶다. 졸면서.

2005년 9월 29일. 내 아이. 근희의 백일날. 지금은 51개월 다섯 살짜리 꼬마지만. 사실 백일 잔치를 하는 건 고사하고 제일 바쁜 건 태어난 애를 위해 불확실한 미래를 타파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안정적인 직장 잡기'. 그 시절 이후, 인생의 방향도 많이 바뀐 건 사실이다.

2004년 9월 29일. 난 다시 복학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1996년 학부를 들어간 애가 여전히 학부를 다니고 있다니 원... 사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간만큼 내 인생은 소중하게 흘렀다. 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1998년말부터 2001년까지의 닷컴버블 키드로서의 삶 끝자락을 끝까지 부여잡고 살았다. 그 아쉬움은 일찍 끝냈어야 했을까. 어떻게 보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생각하며 몇 년 더 가보려는 생각에 2~3년을 더 끌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지난 생각이 아직도 가슴에 스친다.

대한민국으로 다시 돌아오던 그 해 6월 4일 저녁. 타국 공항에서 비행 시각을 기다리던 그 때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그 이후 난 단 한 번도 국제선 비행기를 탄 적이 없다.

by KoKIDS | 2009/09/29 13:58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0)

사파리 동선의 미학

내가 놀이공원을 백 배 즐기려면, 놀이공원의 지도를 보고 열심히 '공부'해서 동선을 짜는 게 좋을까?

실상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어릴 적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도 나의 모든 동선은 '꿈의 나라'에 들어온 이상 거기에 지배받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한 놀이공원. 이 놀이공원에는 미취학 어린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최고의 시설인 사파리가 있다. 뭐 부모들이 호랑이, 사자, 곰, 기린, 백호 등을 보러 1시간을 기다릴까. 그냥 아이가 동물을 가까이서 보는 걸 바라고(그게 현장 학습처럼 느껴지고) 그리고 아이들이 그걸 좋아하기(혹은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사파리는 주말이면 언제나 한 시간은 기본적으로 기다려줘야 볼 수 있는 인기 시설이다.

일단 사파리에 줄을 서면, 입구 대기열부터 사파리 버스 탑승 전까지 5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즉 바깥까지 줄을 서지 않는 한 일단 50분은 기다려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 50분은 소위 말해 뻥이다. 더 기다릴 확률이 높다. 여기에 숨어있는 50분이라는 의미는 꽤 크다. 사람의 심리적인 안정감에 기대어 볼 때 1시간이 넘어간다면 왠지 못 기다릴 것 같은데 50분이면 기다려봄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주변을 보니 팝콘과 추러스 류의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낵류가 있다. 특히 어른들,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면 같이 기다려볼 것도 같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팝콘을 사주고 같이 기다려본다. 여기서 첫 번째 지갑이 털린다. 팝콘 가격은 절대 싸지 않다. 대략 5천원부터 만원 안 쪽인데 무한 리필되는 통에 먹으려면 7천원 이상이 필요하다.

입구 대기열을 지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면? 부모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대기 시간 60분을 넘기면 QPASS라는 예약 시스템이 동작해서 미리 선착순 예약을 받아서 딴 데 돌아다니다가 올 수가 있다. 그런데 그 예약이라는 게 동이 나면 어쩔 수가 없다. 둘째, 사람들이 좀 빠질 때까지 기다려보는 거다. 그런데 예약을 하든 안하든 곰곰히 따져보면 사파리를 보려면 바로 옆의 식당에서 밥을 먹든지 그 근방에 어디 앉아 있을 만한 데에서 돈을 써야 한다. 그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랄 게 없다. 그 놀이공원은 앉아 있을 데가 거의 없다. 어린 애들 이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겠나. 여기서 두 번째 지갑 털린다. 1인당 여기서도 7~8천원 짜리 돈 나갈 건 생각해야 한다.

일단 대기열에 기다리고 있다가 사파리 건물 입구까지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25분. 아이와 팝콘을 먹고 있었다면 이제 동이 날 시간이다. 슬슬 팝콘은 절반 이상 비어가고 아이는 팝콘에 지겨워져 있으며 날씨가 덥다면 좀 시원한 건물 안으로 빨리 입장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갑자기 물밀 듯 건물안으로 입장한다.

건물 안으로 절반 정도 입장을 하게 되면 대기열 맨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 아이스크림 판매대다. 팝콘에 지친 혹은 다 먹은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보자마자 부모에게 팝콘을 떠 넘기고는 아이스크림을 요구한다. 저런... 여기서 세 번째로 지갑이 털린다. 이제 여기서부터 사파리 버스에 승차하기 까지 대략 20~25분.

큰 무리가 없다면 내부에서는 사파리 버스의 배차 간격을 조정하고 증차를 하여 운영하므로 대기부터 관람까지 1시간이 완료되도록 한다. 이 시스템은 잘 작동하는 것 같다. 사람이 많든, 적든 일단 대기열에 들어오면 1시간의 품질은 보장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버스에 승차해서 사파리를 도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15분 남짓이다. 그러면 1시간이면 모든 일이 완료된다. 버스에서 하차하면 부모와 아이를 반기는 건 사파리 캐릭터샵. 이 곳에서는 네 번째로 지갑을 털릴 준비를 해야 한다. 사파리에서 본 동물들이 캐릭터 인형으로 즐비하고 남자아이들이라면 얼룩무늬 사파리 자동차로 만들어져 아이들을 유혹한다. 구경만 하고 꾹 참고 나오는 아이들이라면 대견한 거고 아니면 기실 몇 천원~만몇천원 짜리 선물 하나 집어주는 센스는 발휘해야 한다.

아이가 꾹 참고 나왔다고 대견하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부모들. 방심하면 금물이다. '자, 우리 아이 잘 했다. 갖고 싶은 게 뭐지?' 하고 앞으로 보는 순간 풍선 장사와 또 다른 캐릭터 물건 파는 가판대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로 간다. 풍선 하나를 집어든다. '그래, 풍선이 아까 사파리 자동차 보다는 쌀꺼야' 라고 부모가 자위해 봐도 소용없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사파리 자동차도 7천원, 풍선도 7천원이다. 당신의 지갑은 그렇게 털리는 것이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동선이 광장과 정원 쪽으로 가고 있다면 한 번 더 털릴 것이고, 롤러 코스터를 타러 간다면 또 한 번 털릴테니까.

기억하라. '멈칫'하면 털린다.

by KoKIDS | 2009/09/14 10:17 | 일상에 대한 생각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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